공공기관들에 '낙하산' 무더기 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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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ame title="[스트레이트] "그런 거 안 한다"던 윤석열 정부‥공공기관들에 '낙하산' 무더기 투하?" width="640" height="360" src="https://play-tv.kakao.com/embed/player/cliplink/434367963?service=player_share" allowfullscreen frameborder="0" scrolling="no" allow="autoplay; fullscreen; encrypted-media"></iframe>
정권이 바뀌면 여지없이 낙하산이 쏟아집니다.
대선 후보 시절 윤석열 대통령은 낙하산 인사는 없을 거라고 했었죠.
하지만 취임 7개월이 지난 지금 혁신한다던 공공기관은 물론 금융권, 민간 기관 할 것 없이 낙하산·보은 인사 논란이 번지고 있습니다.
오늘 [스트레이트]는 윤석열 정부의 낙하산 인사들, 뭐가 문제인지 추적했습니다.
서울 한복판 고층 건물에 자리 잡은 전문건설공제조합.
굴착, 인테리어 같은 전문 분야의 건설사에 보증을 서 주거나 자금을 융통해주는 곳입니다.
조합원 5만 9천여 명에 자본금은 5조 원대.
조합 이사장의 임기는 3년, 연봉은 3억 원이 넘습니다.
최근 이 자리에 '황당한 낙하산'이 내려왔다는 논란이 있어 [스트레이트]가 찾아가봤습니다.
출근길에 신임 이사장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질문지 보낸 것 보셨어요, 이사장님?"
카메라를 보자마자 싸늘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 새 이사장.
낯선 얼굴이 아니죠.
네,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소속이었던 이은재 전 의원입니다.
그런데 이분, 건국대 행정학 교수 출신으로 건설이나 금융 관련 경력은 전혀 없습니다.
특히 국회의원 시절에는 발언과 행동으로 유명해진 분인데요.
대표적인 '황당 국감', '무능 국감' 사례로 꼽히며 자주 등장하는 이 장면의 주인공이기도 하고요.
[이은재 / 당시 새누리당 의원 - 조희연 / 당시 서울시교육감]
"(MS밖에 없는 프로그램입니다. 이거 한글 워드하고요.) 아니 그러니까, 그러기 위해서 일부러 거기하고 수의계약을 하신 거죠. (아니, MS 오피스를 어디서 삽니까? MS 회사 외에는 살 데가 없지 않습니까.) 이 자리가 어느 자린데 와서 막 그렇게 막 거짓말 증언을 하십니까! 제가 보기에는요.
우리 교육감님 자질이 안 됩니다. 사퇴하십시오!"
일본어 속어를 썼다가 여러 번 구설에 올랐습니다.
[이은재/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2018년 2월 27일)]
"차분하게 하는데 계속 중간에서 지금 [겐세이](견제) 놓으신 것 아닙니까."
[이은재/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2018년 11월 7일)]
"[야지](야유) 놓고 이런 의원은 퇴출 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재작년에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호위 무사가 되겠다며 대검찰청 앞에 서서 혈서를 쓰겠다고 했는데요.
손가락을 깨무는 듯하더니, 컵에 담급니다.
그때, 주변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까징끼…"
빨간색 소독약을 부르는 일본어죠.
왜 그랬나 찾아봤더니 피가 모자라 빨간 소독약을 섞었다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털어놓았네요.
이 전 의원은 이명박 정부 말기, 국책연구기관인 행정연구원장으로 임명됐는데요.
그런데 법인카드로 유기농 오이, 알타리 무, 방울 토마토 등 128만 원어치 장을 보기도 했고요.
백화점에서 '에르메스' 넥타이와 명품 향수도 대량 구매한 게 드러나 공분을 샀습니다.
[이은재/당시 한국행정연구원장 (2014년 10월 8일)]
"개인 비용으로 전부 다 변제를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절대로 안 하겠습니다."
이런 도덕적 낙제점에도 새누리당이 서울 강남 병에 전략 공천해 준 덕에 국회에 입성합니다.
이후 호통치기와 몸싸움 등으로 유명해졌고요.
최근에는 사기 혐의로 재판도 받고 있는데요.
보좌관의 지인에게 용역을 준 것처럼 속이고 국회 예산 1천2백여만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하승수/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대표 고발인)]
"(전문건설공제조합은) 자본금만 5조 5천억 원에 달하는 곳인데 그런 기관에 어떻게 이런, 국가를 상대하는 사기죄로 재판받고 있는 사람을 임명할 수 있을까. 사실 보고 너무 좀 어이가 없고 황당했습니다."
사실 국토교통부 감독을 받는 전문건설공제조합은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곳입니다.
그래서 올해 처음으로 '이사장 공모제'를 도입했는데요.
자격 요건 중에 이런 게 있었네요.
"조합 업무분야와 관련한 지식과 경험".
"청렴성과 도덕성 등 건전한 윤리의식".
그런데도 이은재 전 의원은 대체 어떻게 이사장이 될 수 있었던 걸까요.
대의원 약 150명이 모인 총회에서 반대만 손을 들게 해 누구 하나 반대할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낙하산 인사의 자질과 도덕성 논란, 여기만 그런 게 아닙니다.
한국가스공사 앞에 직원 1백여 명이 모였습니다.
'낙하산 최연혜를 반대한다'는 현수막.
잠시 뒤 고급 관용차에서 최연혜 사장이 내립니다.
[가스공사 노동조합원]
"대화합시다!" "대화합시다, 대화!"
회사 간부들이 최 사장을 둘러싸고 건물 안으로 안내합니다.
직원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통제선까지 설치했는데요.
최 사장은 직원들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쏘아붙입니다.
[최연혜 / 가스공사 사장]
"대화할 자세를 가지세요!"
최연혜 사장도 낯이 익지 않으신가요?
네, 철도공사 사장 시절 KTX 민영화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입니다.
원래는 민영화에 반대하는 철도 전문가로 알려졌는데요.
박근혜 정부 시절 철도공사 사장이 되자 당시 수서발 KTX, 즉 현재 SRT를 운영하는 자회사 설립에 적극 나섭니다.
노동조합은 철도 민영화로 가기 위한 꼼수라며 파업에 들어갔죠.
[최연혜/당시 한국철도공사 사장 (2013년 12월 9일)]
"집 나간 자녀를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여러분들이 우리들의 숭고한 일터로 한시바삐 돌아오기를 기다리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파업 첫날부터 징계를 시작했습니다.
7천여 명을 직위 해제했고, 2백여 명은 고소·고발했습니다.
철도공사 사장 임기가 끝나기 전 사퇴한 최 씨는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출마해 결국 국회의원 배지를 거머쥐었습니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탈원전 비판에 앞장섭니다.
[최연혜/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2020년 1월 6일)]
"문재인 정권 최악의 정책이자 대한민국의 미래를 형해화하는 탈원전을 저지하여, 저의 모든 열정을 다 바치겠습니다."
이후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탈원전 대책 및 신·재생에너지 특별위원장을 지냈고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지난 7월 가스공사 사장에 지원했습니다.
결과는 1차 면접 탈락이었습니다.
당시 면접위원은 최 전 의원이 "준비가 덜 됐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특히 에너지 분야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래서 다른 후보 5명이 올라갔는데요.
웬일인지 정부가 사장을 다시 공모하라고 지시합니다.
[가스공사 임원추천위원 (음성 대역)]
"더 큰 역할은 어쨌든 대통령 아닙니까, 사실은. 그래서 굳이 이럴 거면 '임원추천위원회는 뭐하러 하나, 그냥 대통령 자기가 마음대로 하지'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결국 가스공사는 9월에 다시 사장을 공모했는데 최연혜 씨, 지원서를 또 냈습니다.
이후 선임 절차도 석연치 않았습니다.
원래 가스공사 사장 선임은 공공기관 운영법과 정관에 따라 다섯 단계를 거칩니다.
이에 따라 두 번째 단계인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최 씨를 포함해 5명을 후보로 올렸는데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사장 선임 주주총회에 최 씨만 후보로 올리라고 가스공사에 통보했습니다.
노조는 법에 없는 절차가 끼어들어 왔다고 보고 있는데요.
가스공사 우리사주조합장 등 6명은 지난 8일 주총 효력을 멈춰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습니다.
[권영국/변호사]
"산업자원부 장관이 이런 식의 중간에 개입하는 것은 법상 아무런 절차가 없는 절차가 들어왔고, 자신의 권한 밖의 일을 인위적으로 지금 자의적으로 행사하는 거나 마찬가지가 되는 거예요. 그러나 산업부는 지난 2019년에도 주총 전에 장관이 후보자를 추천했다며, "적법 절차"라고 반박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 (음성 변조)]
"(규정된 것만 하셔야 되는 것 아니에요?) 법적으로는 다 이게 검토돼있는 거고요. (규정이 어디 있는지 제가 궁금해서 여쭤보는 거예요.) 그거 아마 규정은, 명확하게 규정은 안 돼 있을 겁니다."
최 사장이 공모 때 제출한 직무 수행 계획서를 볼까요.
운영 목표는 가스공사가 지난해 발표한 핵심 가치 4개 중에 3개가 똑같습니다.
다음 쪽은 그냥 재무 상태로 채웠습니다.
그것도 가스공사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짜깁기한 겁니다.
[김정곤/한국가스공사 노조 대외협력국장]
"(의원 시절) 의정보고서도 보면 내용은 [가스공사]인데 회사 명칭은 [가스안전공사]로 언급한 게 있어요. 그 정도의 개념이 없다는… 우스갯소리로 검찰 출신, 되게 대통령실과 가까운 검찰 출신이 왔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해요 차라리."
[스트레이트]는 최연혜 사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는데요,
아예 휴대전화를 정지시켰습니다.
"착신이 정지되어 있습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이 된 정용기 전 의원도 논란의 낙하산입니다.
윤석열 캠프에서 상임정무특보를 지냈는데요.
자유한국당 의원 시절 이 막말로 당시 황교안 대표가 사과까지 하게 했던 인물입니다.
[정용기/당시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 (2019년 5월 31일)]
"야만성, 불법성, 비인간성 이런 부분을 뺀다면 어떤 면에서는 김정은이가 우리 문재인 대통령보다 지도자로서 더 나은 면도 있는 것 같다."
정 사장의 직무 수행 계획서도 볼까요.
비전과 경영 전략 부분은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에 '효율'이라는 단어만 추가했고요.
기재부가 추진하는 경영 효율화 방안을 나열한 뒤, 딱 이 한 줄만 추가했습니다.
"최선을 다하겠다"였습니다.
그런데 '경영 효율화'는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민감한 문제여서 공사 안팎으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방두봉/지역난방안전 노조 지부장]
"이쪽 부분을 모르고 계신 분이 오셔서, 지금처럼 줄이고 축소하고 효율화를 진행했을 때 ‘합리적으로 판단을 할 수 있겠는가’라는 부분에 대해서 시민 안전이 굉장히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낙하산 인사, 얼마나 많았으면 정권마다 별명도 붙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 낙하산들은 캠프·코드·더민주라는 이른바 '캠코더'로 불렸고요.
박근혜 정부 때는 서울대 출신·50대·남성인 '서오남'.
이명박 정부 때는 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고소영' 인사들이 구설에 올랐는데요.
임기 말이면 자기 사람을 심어 놓는 '알박기 인사'도 계속됐죠.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이런 말을 했습니다.
[윤석열/당시 대선 후보 (작년 10월 6일)]
"제가 집권하면, 그냥 놓겠습니다. 여기에다가 사장 누구 지명하고 이렇게 안 하고요. 캠프에서 일하던 사람을 시킨다? 저 그런 거 안 할 겁니다."
공영방송 사장 임명을 두고 나온 말이지만 낙하산 인사 자체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건데요.
그러나 대선 캠프 부동산 공약을 설계했다는 이한준 전 경기도시공사 사장이 LH 사장이 됐고요.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장이었던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은 석유협회장이 됐습니다.
대선 한 달 전에는 과학 기술 분야에서도 낙하산 인사를 원천차단하겠다고 했는데요.
[윤석열 / 당시 대선 후보 (지난 2월 8일)]
"권력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과학 기술을 흔들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저 멀리 울릉도·독도 해양연구기지 원장 자리에도 낙하산이 내려올 분위기입니다.
[김종근/해양과학기술원 노조 지부장]
"50년 동안 외부에서 원장이 선임이 된 적이 없습니다. 정치권에서 이렇게 내려온다든지 이런 건 굉장히 어려운 조건인 것이거든요. (그런데) 대통령실에서 관여를 하고 있다, 이렇게 이제 뭐 소문이 지금 돌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가 수천 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곳을 합치면 1만 개가 넘는다고 하죠.
[스트레이트]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낙하산 실태를 살펴봤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공공기관 수는 370개인데요.
이들 기관의 임원 공시 전부를 '한국공공신뢰연구원'과 함께 조사했습니다.
임원 약력을 분석해보니 전직 의원이 10명, 보좌진이 11명이었고
국민의힘과 윤석열 캠프, 인수위 출신까지 합쳐 보니 84명에 달했습니다.
[이상수/한국공공신뢰연구원장]
"오랜 기간 정당원으로 정치 활동을 했던 이런 사람을 우리가 [정피아]라고 얘기하지 않습니까?
[관료 마피아] 문제는 정피아 이상으로 사실은 공공기관 임원 임명 과정에서 상당히 문제가 되고 있는…"
정치인과 마피아의 합성어, 이른바 '정피아'가 43명.
국민의힘에서 오래 활동했거나 선거에서 공천을 못 받은 인물들이 많았고요.
관료 출신의 이른바 '관피아'는 7명이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정피아'가 '감사'를 맡는 경우였습니다.
지난 8월 대통령실에서 사실상 경질됐던 경윤호 전 정무2비서관.
연봉 1억 7천만 원 넘는 자산관리공사 감사직을 맡았습니다.
이영애 전 한나라당 의원은 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감사가 됐고요.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 보좌관이었던 김응박 씨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감사로, 경남도의원을 지낸 박정열 씨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감사입니다.
[이상수/한국공공신뢰연구원 원장]
"기관장 다음에 [서열 2위]의 자리가 [상임 감사] 자리입니다. 기관 운영의 [책임은 일체 지지 않아]도 되니까 소위 보은 인사, 낙하산 인사의 먹잇감으로 딱 좋은 게 감사 자리입니다."
정피아들이 감사 자리를 선호하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 현직 국회의원 비서관]
"감사 직책을 진짜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발판] 정도로만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아요. [판공비]가 어느 정도 나올 수도 있는 걸로. (주변에 밥 사고, 어디 행사 참석하고?) 네네, 비공식 선거 운동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관 운영을 감시해야 할 감사가 변질돼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김동욱 /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상임 감사는 오히려 임직원한테 엄정한 준법, 준칙 이런 걸 요구하시는 자리인데. 본인이 그렇게 살아오시지 않은 분들이 가시니까. 정치적 임용에서 좀 제외를 하고 오히려 소통, 대외 협력, 대 정부, 대 정당 뭐 이런 쪽으로 가주는 게…"
[지난 12일, 대통령실 앞]
"물러가라! (물러가라! 물러가라!)"
금융권에도 낙하산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습니다.
NH농협금융 회장에 단독 후보로 올라간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
윤석열 캠프의 첫 영입 인사로 인수위 고문이었죠.
지난달 예금보험공사 사장에는 대선 캠프에서 금융 정책 조언을 했다는 유재훈 사장이 임명됐습니다.
다음 달 초 임기가 끝나는 기업은행장으로는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이 유력하다고 합니다.
원래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3년 안에는 은행장이 될 수 없지만, 기업은행은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돼있어 예외라고 합니다.
[김형선/기업은행 노조위원장]
"법의 맹점을 이용해서 '국책은행장으로 내려가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 말도 안 되는 거죠. 모피아(경제 관료 출신)들이 비선에서 결정하고 그것을 대통령이 수용하고 있는 거라면, 이게 국가가 운영하는 인사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냐…"
부산은행 모회사인 BNK금융지주는 지난달 4일 외부 인사도 회장을 할 수 있게 아예 규정을 바꿨습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관치 금융'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번지고 있는데요.
낙하산 인사가 수장으로 오면 금융기관은 외풍에 쉽게 휘둘릴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당국이 고금리 예금 상품을 비판하자 시중 은행의 예금 금리가 슬금슬금 내려갔습니다.
[김동욱/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금융은 어떻게 보면 글로벌 시장이라든지 특히 미국의 어떤 정책적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거기에 한 번 잘못 반응했다 하면, 나라 경제가 거덜날 수도 있는 거지 않습니까. 그런 면에서는 [관치 금융]은 상당히 안 좋은…"
미국은 대선이 끝나면 '플럼 북'이라는 자두색 표지 책을 만듭니다.
9천여 개 직책을 대통령이 어떻게 임명할지, 무슨 조건이 필요한지 명확히 정해 놓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기준은 있었습니다.
[윤석열 / 대통령 (지난 7월 4일)]
"임명직 공무원에 가장 요구되는 요건이라면은…자기가 맡을 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역량이 저는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인사에서 손을 떼는 건 국회 동의도, 법 개정도 필요 없습니다.
제왕적 대통령 권한을 줄이겠다며 청와대 해체까지 내걸었던 정부라면 낙하산 인사 논란을 끝내는 건 너무나 쉬운 일입니다.
대선 후보 시절 윤석열 대통령은 낙하산 인사는 없을 거라고 했었죠.
하지만 취임 7개월이 지난 지금 혁신한다던 공공기관은 물론 금융권, 민간 기관 할 것 없이 낙하산·보은 인사 논란이 번지고 있습니다.
오늘 [스트레이트]는 윤석열 정부의 낙하산 인사들, 뭐가 문제인지 추적했습니다.
서울 한복판 고층 건물에 자리 잡은 전문건설공제조합.
굴착, 인테리어 같은 전문 분야의 건설사에 보증을 서 주거나 자금을 융통해주는 곳입니다.
조합원 5만 9천여 명에 자본금은 5조 원대.
조합 이사장의 임기는 3년, 연봉은 3억 원이 넘습니다.
최근 이 자리에 '황당한 낙하산'이 내려왔다는 논란이 있어 [스트레이트]가 찾아가봤습니다.
출근길에 신임 이사장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질문지 보낸 것 보셨어요, 이사장님?"
카메라를 보자마자 싸늘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 새 이사장.
낯선 얼굴이 아니죠.
네,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소속이었던 이은재 전 의원입니다.
그런데 이분, 건국대 행정학 교수 출신으로 건설이나 금융 관련 경력은 전혀 없습니다.
특히 국회의원 시절에는 발언과 행동으로 유명해진 분인데요.
대표적인 '황당 국감', '무능 국감' 사례로 꼽히며 자주 등장하는 이 장면의 주인공이기도 하고요.
[이은재 / 당시 새누리당 의원 - 조희연 / 당시 서울시교육감]
"(MS밖에 없는 프로그램입니다. 이거 한글 워드하고요.) 아니 그러니까, 그러기 위해서 일부러 거기하고 수의계약을 하신 거죠. (아니, MS 오피스를 어디서 삽니까? MS 회사 외에는 살 데가 없지 않습니까.) 이 자리가 어느 자린데 와서 막 그렇게 막 거짓말 증언을 하십니까! 제가 보기에는요.
우리 교육감님 자질이 안 됩니다. 사퇴하십시오!"
일본어 속어를 썼다가 여러 번 구설에 올랐습니다.
[이은재/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2018년 2월 27일)]
"차분하게 하는데 계속 중간에서 지금 [겐세이](견제) 놓으신 것 아닙니까."
[이은재/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2018년 11월 7일)]
"[야지](야유) 놓고 이런 의원은 퇴출 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재작년에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호위 무사가 되겠다며 대검찰청 앞에 서서 혈서를 쓰겠다고 했는데요.
손가락을 깨무는 듯하더니, 컵에 담급니다.
그때, 주변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까징끼…"
빨간색 소독약을 부르는 일본어죠.
왜 그랬나 찾아봤더니 피가 모자라 빨간 소독약을 섞었다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털어놓았네요.
이 전 의원은 이명박 정부 말기, 국책연구기관인 행정연구원장으로 임명됐는데요.
그런데 법인카드로 유기농 오이, 알타리 무, 방울 토마토 등 128만 원어치 장을 보기도 했고요.
백화점에서 '에르메스' 넥타이와 명품 향수도 대량 구매한 게 드러나 공분을 샀습니다.
[이은재/당시 한국행정연구원장 (2014년 10월 8일)]
"개인 비용으로 전부 다 변제를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절대로 안 하겠습니다."
이런 도덕적 낙제점에도 새누리당이 서울 강남 병에 전략 공천해 준 덕에 국회에 입성합니다.
이후 호통치기와 몸싸움 등으로 유명해졌고요.
최근에는 사기 혐의로 재판도 받고 있는데요.
보좌관의 지인에게 용역을 준 것처럼 속이고 국회 예산 1천2백여만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하승수/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대표 고발인)]
"(전문건설공제조합은) 자본금만 5조 5천억 원에 달하는 곳인데 그런 기관에 어떻게 이런, 국가를 상대하는 사기죄로 재판받고 있는 사람을 임명할 수 있을까. 사실 보고 너무 좀 어이가 없고 황당했습니다."
사실 국토교통부 감독을 받는 전문건설공제조합은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곳입니다.
그래서 올해 처음으로 '이사장 공모제'를 도입했는데요.
자격 요건 중에 이런 게 있었네요.
"조합 업무분야와 관련한 지식과 경험".
"청렴성과 도덕성 등 건전한 윤리의식".
그런데도 이은재 전 의원은 대체 어떻게 이사장이 될 수 있었던 걸까요.
대의원 약 150명이 모인 총회에서 반대만 손을 들게 해 누구 하나 반대할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낙하산 인사의 자질과 도덕성 논란, 여기만 그런 게 아닙니다.
한국가스공사 앞에 직원 1백여 명이 모였습니다.
'낙하산 최연혜를 반대한다'는 현수막.
잠시 뒤 고급 관용차에서 최연혜 사장이 내립니다.
[가스공사 노동조합원]
"대화합시다!" "대화합시다, 대화!"
회사 간부들이 최 사장을 둘러싸고 건물 안으로 안내합니다.
직원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통제선까지 설치했는데요.
최 사장은 직원들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쏘아붙입니다.
[최연혜 / 가스공사 사장]
"대화할 자세를 가지세요!"
최연혜 사장도 낯이 익지 않으신가요?
네, 철도공사 사장 시절 KTX 민영화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입니다.
원래는 민영화에 반대하는 철도 전문가로 알려졌는데요.
박근혜 정부 시절 철도공사 사장이 되자 당시 수서발 KTX, 즉 현재 SRT를 운영하는 자회사 설립에 적극 나섭니다.
노동조합은 철도 민영화로 가기 위한 꼼수라며 파업에 들어갔죠.
[최연혜/당시 한국철도공사 사장 (2013년 12월 9일)]
"집 나간 자녀를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여러분들이 우리들의 숭고한 일터로 한시바삐 돌아오기를 기다리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파업 첫날부터 징계를 시작했습니다.
7천여 명을 직위 해제했고, 2백여 명은 고소·고발했습니다.
철도공사 사장 임기가 끝나기 전 사퇴한 최 씨는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출마해 결국 국회의원 배지를 거머쥐었습니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탈원전 비판에 앞장섭니다.
[최연혜/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2020년 1월 6일)]
"문재인 정권 최악의 정책이자 대한민국의 미래를 형해화하는 탈원전을 저지하여, 저의 모든 열정을 다 바치겠습니다."
이후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탈원전 대책 및 신·재생에너지 특별위원장을 지냈고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지난 7월 가스공사 사장에 지원했습니다.
결과는 1차 면접 탈락이었습니다.
당시 면접위원은 최 전 의원이 "준비가 덜 됐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특히 에너지 분야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래서 다른 후보 5명이 올라갔는데요.
웬일인지 정부가 사장을 다시 공모하라고 지시합니다.
[가스공사 임원추천위원 (음성 대역)]
"더 큰 역할은 어쨌든 대통령 아닙니까, 사실은. 그래서 굳이 이럴 거면 '임원추천위원회는 뭐하러 하나, 그냥 대통령 자기가 마음대로 하지'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결국 가스공사는 9월에 다시 사장을 공모했는데 최연혜 씨, 지원서를 또 냈습니다.
이후 선임 절차도 석연치 않았습니다.
원래 가스공사 사장 선임은 공공기관 운영법과 정관에 따라 다섯 단계를 거칩니다.
이에 따라 두 번째 단계인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최 씨를 포함해 5명을 후보로 올렸는데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사장 선임 주주총회에 최 씨만 후보로 올리라고 가스공사에 통보했습니다.
노조는 법에 없는 절차가 끼어들어 왔다고 보고 있는데요.
가스공사 우리사주조합장 등 6명은 지난 8일 주총 효력을 멈춰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습니다.
[권영국/변호사]
"산업자원부 장관이 이런 식의 중간에 개입하는 것은 법상 아무런 절차가 없는 절차가 들어왔고, 자신의 권한 밖의 일을 인위적으로 지금 자의적으로 행사하는 거나 마찬가지가 되는 거예요. 그러나 산업부는 지난 2019년에도 주총 전에 장관이 후보자를 추천했다며, "적법 절차"라고 반박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 (음성 변조)]
"(규정된 것만 하셔야 되는 것 아니에요?) 법적으로는 다 이게 검토돼있는 거고요. (규정이 어디 있는지 제가 궁금해서 여쭤보는 거예요.) 그거 아마 규정은, 명확하게 규정은 안 돼 있을 겁니다."
최 사장이 공모 때 제출한 직무 수행 계획서를 볼까요.
운영 목표는 가스공사가 지난해 발표한 핵심 가치 4개 중에 3개가 똑같습니다.
다음 쪽은 그냥 재무 상태로 채웠습니다.
그것도 가스공사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짜깁기한 겁니다.
[김정곤/한국가스공사 노조 대외협력국장]
"(의원 시절) 의정보고서도 보면 내용은 [가스공사]인데 회사 명칭은 [가스안전공사]로 언급한 게 있어요. 그 정도의 개념이 없다는… 우스갯소리로 검찰 출신, 되게 대통령실과 가까운 검찰 출신이 왔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해요 차라리."
[스트레이트]는 최연혜 사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는데요,
아예 휴대전화를 정지시켰습니다.
"착신이 정지되어 있습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이 된 정용기 전 의원도 논란의 낙하산입니다.
윤석열 캠프에서 상임정무특보를 지냈는데요.
자유한국당 의원 시절 이 막말로 당시 황교안 대표가 사과까지 하게 했던 인물입니다.
[정용기/당시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 (2019년 5월 31일)]
"야만성, 불법성, 비인간성 이런 부분을 뺀다면 어떤 면에서는 김정은이가 우리 문재인 대통령보다 지도자로서 더 나은 면도 있는 것 같다."
정 사장의 직무 수행 계획서도 볼까요.
비전과 경영 전략 부분은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에 '효율'이라는 단어만 추가했고요.
기재부가 추진하는 경영 효율화 방안을 나열한 뒤, 딱 이 한 줄만 추가했습니다.
"최선을 다하겠다"였습니다.
그런데 '경영 효율화'는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민감한 문제여서 공사 안팎으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방두봉/지역난방안전 노조 지부장]
"이쪽 부분을 모르고 계신 분이 오셔서, 지금처럼 줄이고 축소하고 효율화를 진행했을 때 ‘합리적으로 판단을 할 수 있겠는가’라는 부분에 대해서 시민 안전이 굉장히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낙하산 인사, 얼마나 많았으면 정권마다 별명도 붙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 낙하산들은 캠프·코드·더민주라는 이른바 '캠코더'로 불렸고요.
박근혜 정부 때는 서울대 출신·50대·남성인 '서오남'.
이명박 정부 때는 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고소영' 인사들이 구설에 올랐는데요.
임기 말이면 자기 사람을 심어 놓는 '알박기 인사'도 계속됐죠.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이런 말을 했습니다.
[윤석열/당시 대선 후보 (작년 10월 6일)]
"제가 집권하면, 그냥 놓겠습니다. 여기에다가 사장 누구 지명하고 이렇게 안 하고요. 캠프에서 일하던 사람을 시킨다? 저 그런 거 안 할 겁니다."
공영방송 사장 임명을 두고 나온 말이지만 낙하산 인사 자체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건데요.
그러나 대선 캠프 부동산 공약을 설계했다는 이한준 전 경기도시공사 사장이 LH 사장이 됐고요.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장이었던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은 석유협회장이 됐습니다.
대선 한 달 전에는 과학 기술 분야에서도 낙하산 인사를 원천차단하겠다고 했는데요.
[윤석열 / 당시 대선 후보 (지난 2월 8일)]
"권력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과학 기술을 흔들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저 멀리 울릉도·독도 해양연구기지 원장 자리에도 낙하산이 내려올 분위기입니다.
[김종근/해양과학기술원 노조 지부장]
"50년 동안 외부에서 원장이 선임이 된 적이 없습니다. 정치권에서 이렇게 내려온다든지 이런 건 굉장히 어려운 조건인 것이거든요. (그런데) 대통령실에서 관여를 하고 있다, 이렇게 이제 뭐 소문이 지금 돌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가 수천 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곳을 합치면 1만 개가 넘는다고 하죠.
[스트레이트]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낙하산 실태를 살펴봤습니다.
이들 기관의 임원 공시 전부를 '한국공공신뢰연구원'과 함께 조사했습니다.
임원 약력을 분석해보니 전직 의원이 10명, 보좌진이 11명이었고
국민의힘과 윤석열 캠프, 인수위 출신까지 합쳐 보니 84명에 달했습니다.
[이상수/한국공공신뢰연구원장]
"오랜 기간 정당원으로 정치 활동을 했던 이런 사람을 우리가 [정피아]라고 얘기하지 않습니까?
[관료 마피아] 문제는 정피아 이상으로 사실은 공공기관 임원 임명 과정에서 상당히 문제가 되고 있는…"
정치인과 마피아의 합성어, 이른바 '정피아'가 43명.
국민의힘에서 오래 활동했거나 선거에서 공천을 못 받은 인물들이 많았고요.
관료 출신의 이른바 '관피아'는 7명이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정피아'가 '감사'를 맡는 경우였습니다.
지난 8월 대통령실에서 사실상 경질됐던 경윤호 전 정무2비서관.
연봉 1억 7천만 원 넘는 자산관리공사 감사직을 맡았습니다.
이영애 전 한나라당 의원은 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감사가 됐고요.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 보좌관이었던 김응박 씨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감사로, 경남도의원을 지낸 박정열 씨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감사입니다.
[이상수/한국공공신뢰연구원 원장]
"기관장 다음에 [서열 2위]의 자리가 [상임 감사] 자리입니다. 기관 운영의 [책임은 일체 지지 않아]도 되니까 소위 보은 인사, 낙하산 인사의 먹잇감으로 딱 좋은 게 감사 자리입니다."
정피아들이 감사 자리를 선호하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 현직 국회의원 비서관]
"감사 직책을 진짜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발판] 정도로만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아요. [판공비]가 어느 정도 나올 수도 있는 걸로. (주변에 밥 사고, 어디 행사 참석하고?) 네네, 비공식 선거 운동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관 운영을 감시해야 할 감사가 변질돼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김동욱 /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상임 감사는 오히려 임직원한테 엄정한 준법, 준칙 이런 걸 요구하시는 자리인데. 본인이 그렇게 살아오시지 않은 분들이 가시니까. 정치적 임용에서 좀 제외를 하고 오히려 소통, 대외 협력, 대 정부, 대 정당 뭐 이런 쪽으로 가주는 게…"
[지난 12일, 대통령실 앞]
"물러가라! (물러가라! 물러가라!)"
금융권에도 낙하산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습니다.
NH농협금융 회장에 단독 후보로 올라간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
윤석열 캠프의 첫 영입 인사로 인수위 고문이었죠.
지난달 예금보험공사 사장에는 대선 캠프에서 금융 정책 조언을 했다는 유재훈 사장이 임명됐습니다.
다음 달 초 임기가 끝나는 기업은행장으로는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이 유력하다고 합니다.
원래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3년 안에는 은행장이 될 수 없지만, 기업은행은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돼있어 예외라고 합니다.
[김형선/기업은행 노조위원장]
"법의 맹점을 이용해서 '국책은행장으로 내려가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 말도 안 되는 거죠. 모피아(경제 관료 출신)들이 비선에서 결정하고 그것을 대통령이 수용하고 있는 거라면, 이게 국가가 운영하는 인사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냐…"
부산은행 모회사인 BNK금융지주는 지난달 4일 외부 인사도 회장을 할 수 있게 아예 규정을 바꿨습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관치 금융'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번지고 있는데요.
낙하산 인사가 수장으로 오면 금융기관은 외풍에 쉽게 휘둘릴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당국이 고금리 예금 상품을 비판하자 시중 은행의 예금 금리가 슬금슬금 내려갔습니다.
[김동욱/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금융은 어떻게 보면 글로벌 시장이라든지 특히 미국의 어떤 정책적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거기에 한 번 잘못 반응했다 하면, 나라 경제가 거덜날 수도 있는 거지 않습니까. 그런 면에서는 [관치 금융]은 상당히 안 좋은…"
미국은 대선이 끝나면 '플럼 북'이라는 자두색 표지 책을 만듭니다.
9천여 개 직책을 대통령이 어떻게 임명할지, 무슨 조건이 필요한지 명확히 정해 놓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기준은 있었습니다.
[윤석열 / 대통령 (지난 7월 4일)]
"임명직 공무원에 가장 요구되는 요건이라면은…자기가 맡을 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역량이 저는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인사에서 손을 떼는 건 국회 동의도, 법 개정도 필요 없습니다.
제왕적 대통령 권한을 줄이겠다며 청와대 해체까지 내걸었던 정부라면 낙하산 인사 논란을 끝내는 건 너무나 쉬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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